*자네가 제로부엉이 변호사의 제자인가.*
60만원짜리 커피를 나와 달리 마음껏 들이키는 저 사람은 다름아닌 아사카의 아버지였다.
*..네, 제로부엉이씨의 제자가 맞습니다.*
*그런가.. 그렇다면 역시 아사카가 잘 일해준것 같구나.*
그는 살짝 웃으며 커피를 마저 마셨다.
정말이지 저거. 썩쏘 같단 말이야.
이름부터 이미 ㄱ ㅡ이니 말 다한 걸까.
*좋아,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. 눈바래기 군.*
그가 다 마신 커피를 책상에 내려놓고, 손을 깍지끼며 나를 바라보았다.
*우리는, 자네가 필요해.*
*....무슨 말인지, 종잡을수 없군요.*
*제로부엉이씨의 제자인. 자네가 필요하다는 걸세.*
*뭔지 몰라도.. 제로부엉이 선배님을 부르면 안되는 건가요?*
*아아, 그건 곤란해서 말이야.*
*제로부엉이씨가 저보다 몸값이 비싸서인가요? 그래서 대타인 저를 부른 건가요?*
나는 살짝 인상을 쓰며 따졌다.
*..아니지, 제로부엉이를 부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어.*
*..없었다구요?*
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.
애초에 오늘 너무 이상한 일만 연속으로 펼쳐져 머리기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말이야.
*아아, 그래. 우리는 제로부엉이가 아니라 제로부엉이의 제자가 필요한 거니까.*
*...제로부엉이씨에게 저를 빌리기라도 했나요?*
*더더욱 아니지, 가능한 한 제로부엉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할 지경이니까.*
*...수상하기 짝이 없는뎅료, 무슨 일이라도 시키시는 겁니까?*
*좀 수준을 올려서, @의뢰@ 라면 어떨까.*
*의뢰라구요?*
*그래, 자네가 본 그 사건.*
내가 본 사건이라면.
분명 글라도스라는 사람이 죽은 사건을 말하는 것이겠지.
*설마 그 사건의..*
*그래, 용의자가 잡혔어.*
그렇다면 명백하다, 그 @의뢰@ 라는 놈은.
*..그래, 자네에게 그 용의자의 변호를 부탁하려 하네.*
ㄱ ㅡ가 썩쏘를 지으며 말했다.
*..아사카.*
*네, 눈바래기 씨.*
*오늘 날 이렇게 부른건.. 다 계획적인 거였군?*
*..죄송해요, 눈바래기 씨. 많이 당황했죠?*
*미리 말을 해주어야 했을것 아냐, 내 혼란을 보면서 즐기는건 아니잖아.*
*즐기고 있었어요.*
*진짜였냐!*
그렇게 나와 아사카는.
용의자가 현재 임시적으로 수감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.
*...여기는, 언제와도 기분이 침울하군.*
*다들 표정이 어둡네요.*
*재판 시간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거랄까.. 이중 일부는 그 재판장을 마지막으로 2년 이상 사회와 작별할수도 있어.*
*그런말을 들으니 더욱더 침울해지네요.*
안내를 따라 꽤 구석진 쪽으로 이동한 우리는-
*......*
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용의자를 만날 수 있었다.
*...변호사다.*
우리를 안내해준 사람이 짧게 말하고 간 뒤, 우리는 용의자#이제부터 의뢰인이라고 불러야 하나#를 두고 망설였다.
*..말을 걸어야 하긴 하는데..*
*..엄청난 오오라가 느껴져요..*
말 그대로.
내 의뢰인에게는- 엄청난 절망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.
*..저기, 실례합니다.*
나는 매우 차분한 어조로 내 의뢰인을 불렀다.
*...*
의뢰인은, 힐끗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.
*....저기, 시간.. 있으시나요?*
*시간은 많으신것 같은데요.*
하기사 여기에만 있으면 시간은 많겠지.
아무튼지.
내 의뢰인은 자리에서 일어나- 나를 똑바로 응시하기 시작했다.
*...아, 저는 변호사..*
라고 말을 다 하기도 전에,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.
*상의 수트는 고급 수트를 따라한 짝퉁.. 가격은 원 진품의 5/1... 하의는 색깔만 맞춰서 고른 일반 듣보잡 바지..*
*으허어억?!*
그의 작은 중얼거림에 나는 엄청나게 당황할수밖에 없었다.
*오오, 짝퉁 투성이네요. 눈바래기 씨.* 아사카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.
*상의는 캐주얼한 티네이져 티셔츠.. 그러나 라인을 강조하는 부분이 없고.. 하의는 꽤 유명한 브랜드의 중고가 청바지..*
*꺅!*
분석당한 아사카가 급하게 옷을 손보기 시작했다.
...그러고 보니, 이런 무거운 분위기의 장소에 이런 옷차림이라니..
나는 딱히 주의를 줄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, 역시 한마디 정도는 했어야 했나?
*으으, 아저씨 뭐에요! 그래도 이 티셔츠, BANG BA삐G 의 거라구요!*
*아아, 그 회사의 저가 제품인가 보군.*
*으으으...*
아사카가 갑자기 자신의 옷이 마음에 안 드는듯 티셔츠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.
...그래도 회장 딸 정도라면 보통 고급옷을 입지 않나?
*...상처였다면 죄송합니다. 직업병인지 보자마자 분석되네요.*
라고 말하는 내 의뢰인은.
*..저는 혼출 백화점의 옷 판매사원 검은방 D.C 라고 합니다.*
라고 자신을 소개했다.
*..혼출 백화점이라니, 이름 장난 아니게 특이하시네요.*
*@혼혈녀가 출연하는 백화점@ 의 줄임말입니다.*
*왠지 모르게 이해가 가는군요.*
나는 그에게 변호사 뱃지를 보여주었다.
*알다시피 저는 변호사입니다, 당신은 혹시 저를 아시나요?*
*..아아, 매우 불쾌한 미소를 짓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기억이 납니다.*
*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.*